CADDIS-GR · Fly Fishing Log · Hanter
겸손은…
힘들다!!
호기롭게 평일 필드를 지배하러 갔다가,
자연 앞에서 다시 겸손을 배운 하루.
Overview
오늘의 조행 요약
근래 들어 가장 어려운 낚시였다. 호기롭게, 의기양양하게, 위풍당당하게 필드를 지배할 줄 알았는데 자연 앞에서 나는 다시 겸손을 배웠다.
상황
평일 휴가 출조. 송어장은 한산했지만 수면창은 처음부터 쎄했다.
조과
어려운 조건 속 최종 두 자리 기록. 긴 침묵 사이 바텀에서 뜨문뜨문 반응.
핵심 채비
Hover, Intermediate, SA Sonar Titan 3D i/3/5를 반복 운용.
핵심 결론
싱킹라인 솔루션은 유효했다. 그러나 특정 국면에서는 플로팅 인디케이터 채비도 인정.
“나도 휴가, 송어도 휴가…”
Chapter 01
호기로운 평일 낚시
직장인이 평일에 낚시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동안은 대부분 주말에 낚시를 다녀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찌어찌 기회가 생겼다. 하루 휴가를 냈고, 호기롭게 평일 낚시에 나섰다.
주말과 다르게 송어장은 한가로웠다. 나를 포함해 서너 명 정도. 좋다. 좋긴 좋은데, 뭔가 수면창이 쎄했다.
이건 그저 꾼이라면 느낄 수 있는 그런 감각이다. 말로 딱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고요함 속에 생기가 빠진 듯한 느낌. 던지기 전부터 어딘가 마음 한쪽이 불편했다.
Chapter 02
그래, 쎄했다!!
근래 몇 번의 경험이 있으니 고민은 길지 않았다. 바로 Hover로 들어갔고, 이어 Intermediate로 바꿔가며 탐색했다. 그렇게 교대로 30~40분 정도를 살폈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다. 잡고 못 잡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단 한 번의 툭 하는 반응조차 없었다. 슬슬 멘붕이 오기 시작했다.
“그래! 쎄했다!!”
특히 의아했던 것은 Chironomid, Midge Larva, Pupa 계열의 완전한 침묵이었다. 최근 몇 번의 낚시에서는 장원급 반응을 만들었던 패턴들인데, 이날은 단 한 번의 터치도 없었다.
송어가 떠 있지 않은 것인가. 아니면 떠 있어도 먹지 않는 것인가. 어느 쪽이든 분명한 사실은 하나였다. 지금의 중상층 마이크로 님핑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Chapter 03
한터지는 뭐다? 바닥이 답이다!
그러면 뭐다. 그렇다. 한터지는 바닥이 답이다.
바로 풀싱킹 채비, SA Sonar Titan 3D i/3/5로 바텀을 훑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너 번 만에 연거푸 두 마리의 송어를 끌어 올렸다.
휴. 그나마 경험이 만들어준 선물 같았다. 수심 6미터의 한터에서 보낸 두 시즌의 시간이 완전히 헛되지는 않았다. 반응이 사라진 상황에서도 최소한 어디를 먼저 두드려야 하는지는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도 바닥은 배신하지 않았다. 적어도 처음 두 마리는.”
Chapter 04
한두 마리, 그리고 다시 한 시간 침묵
그런데 또 이게 전부였다. 이후 한 시간 내내 아무런 반응조차 없었다. 나도, 그 옆의 낚시인들도, 아무도 송어를 보지 못했다.
이날은 종일토록 이런 패턴을 보였다. 바텀에서 한두 마리가 올라온다. 그리고 다시 한 시간 가까이 조용하다. 또 어딘가에서 한 마리가 반응한다. 그리고 다시 침묵.
어찌 되었든 송어는 바닥으로 바짝 내려간 듯했다.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먹이활동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 와중에 뜨문뜨문 활성된 개체만 반응했을 뿐이다.
워낙 오랜 시간 반응이 없다 보니 혹시나 싶은 생각에 다시 Hover, Intermediate, 그리고 다시 바텀. 이 패턴의 연속이었다.
Chapter 05
봄바람, 지난번의 x2
사실 지난 5월 1일 마지막 낚시가 거센 봄 똥바람 탓에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그 마지막을 한 번 더 하게 된 것이 이번 출조였다.
그런데 오전 9시쯤부터 다시 거친 봄바람이 시작됐다. 체감상 지난번의 두 배였다. 쳇.
바람은 라인을 흔들고, 캐스팅을 흔들고, 리트리브의 감각까지 흔든다. 이미 송어 반응이 닫힌 상황에서 바람까지 더해지니, 낚시는 더 거칠고 더 답답해졌다.
오늘의 가장 이상했던 지점
Chironomid와 Midge 계열에 단 한 번의 툭도 없었다는 것. 최근의 확신이 이날만큼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이 점은 다음 시즌 준비에서 반드시 다시 점검해야 할 부분이다.
Chapter 06
인정! 플로팅 채비에 완패!
오후 3시가 넘어가면서 바텀 쪽에서 반응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옆쪽에서는 플로팅 라인에 인디케이터 채비로 제법 잡아내기 시작했다.
하루 전체의 조과로 보면 나의 싱킹라인 솔루션은 여전히 유효했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결국 두 자리 숫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후 3시 이후의 특정 시간대, 특정 자리, 특정 조건만 놓고 보면 플로팅 with indicator 채비에 완패였다.
수심 6미터로 꽤 깊은 한터지에서 나는 그동안 이 채비를 인정하지 않았다. 시즌 내내 이 채비로 송어를 잘 잡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잘 잡는 것 같아 다가가 보면 사료, 민바늘, 루어용 웜 같은 변칙 채비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의 싱킹라인 솔루션은 완벽한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깊은 수심, 강풍, 긴 리더 문제를 고려하면 싱킹라인 중심의 접근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이날 오후의 그 국면만큼은 인정해야 했다.
“인정, 인정. 오늘은 인정!!”
Analysis
왜 인터미디어트 파일럿 채비도 통하지 않았을까?
이날 가장 의아했던 점은 Chironomid와 Midge Larva/Pupa 계열의 완전한 무반응이었다. 단순히 한 수심층을 놓친 문제가 아니었다. 전 수심층을 사선으로 훑기 위해 사용한 인터미디어트 파일럿 채비마저 단 한 번의 툭을 만들지 못했다.
인터미디어트 채비의 의도
이날 사용한 인터미디어트 채비는 Intermediate line에 5~6ft 정도의 짧은 리더를 구성한 형태였다. 15m 정도 캐스팅한 뒤 착수 직후부터 아주 천천히 figure-8 리트리브를 시작하면, 플라이는 수면에서 출발해 약 3분여의 러닝타임 동안 서서히 가라앉으며 끌려온다.
여러 차례의 현장 경험과 거리·침강 계산을 종합하면, 이 채비는 15m 전방 수면에서 시작해 한터의 최대 수심인 약 6m권까지 긴 사선 궤적을 그리며 내려온다. 마지막에는 발앞 행 구간까지 이어진다.
따라서 이 채비는 단순한 중층 채비가 아니라, 상층·중층·하층·발앞 상승 구간까지 한 번에 훑는 파일럿 탐색 채비에 가깝다.
층을 못 찾은 것이 아니라, 먹는 방식이 달랐다
그런데도 밋지류에는 반응이 없었다. 이것은 단순히 “수심층을 잘못 잡았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인터미디어트 파일럿 채비는 이미 상층에서 하층까지 긴 사선으로 훑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날의 실제 관찰은 오히려 더 분명했다. 송어는 바텀권에 가까웠고, 오후 3시 이후에는 플로팅 인디케이터 채비처럼 특정 수심에 정적으로 걸어두는 방식에 분명한 반응을 보였다.
즉, 문제는 밋지류라는 먹이 자체가 아니라 밋지류가 지나가는 방식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천천히 사선으로 이동하며 내려오는 플라이보다, 바텀권 특정 수심에 오래 머무는 정적인 프레젠테이션이 이날의 송어에게 더 맞았던 것이다.
이날의 결론
이날은 층을 못 찾은 날이라기보다, 송어가 원하는 위치와 먹는 방식이 매우 좁게 제한된 날에 가까웠다. 반응층은 바텀권이었고, 움직이는 탐색형 밋지류보다 정적으로 머무는 마커 채비가 더 맞았다.
따라서 인터미디어트 파일럿 채비의 실패는 채비의 무용함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채비가 전 수심층을 훑었음에도 반응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날 송어가 단순 탐색형 프레젠테이션에는 마음을 열지 않았다는 근거가 된다.
맹하니 마커만 보는 낚시의 힘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그런 낚시를 했다. 의도라기보다는 그것밖에 할 수 없어서였지만, 수심을 바닥에서 약 30cm 위에 맞춰두고 거의 발앞에 짧게 던져놓은 뒤, 맹하니 마커만 바라보는 구멍치기식 마커 채비.
그런데 그 방식이 제법 반응은 좋았다. 엄청난 낚시는 아니어도 심심찮게 송어가 올라왔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유는 단순하다. 탐색 능력은 낮지만, 바텀권 특정 수심에 플라이를 오래 머물게 하는 능력은 확실했기 때문이다.
이날처럼 송어가 바닥권에 붙어 있고, 움직이며 지나가는 플라이보다 정적으로 머무는 플라이에 반응하는 날이라면, 오히려 그 답답하고 단순한 방식이 더 맞았을 수도 있다.
“오늘은 수심을 못 찾은 날이 아니라, 송어가 허락한 방식이 매우 좁았던 날이었다.”
Gallery
어려운 하루의 기록들
긴 침묵 사이사이에 겨우 만난 송어들. 쉽게 나온 고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더 또렷하게 남는다.
Closing Note
겸손은… 힘들다!!
시즌을 마치며,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채비도, 패턴도, 운용 방식도 다시 정비해야 한다.
나는 칼과 총, 두 아이템을 가지고 있었다. Hover와 Intermediate로 중상층을 콕콕 찔렀고, Titan 3D로 바닥을 콩콩 쐈다.
그런데 칼로 콕콕 찔러도, 총으로 콩콩 쏴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 더는 어찌할 바가 없었다.
열린 마음으로, 겸손하게, 초심으로. 다시 배우고 다시 준비해야겠다.
한터지는 여전히 깊고, 어렵고, 변덕스럽다. 싱킹라인 솔루션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모든 상황을 지배할 수는 없다.
“겸손은… 힘들다!!”